어제 와이프와 심은이가 KTX를 타고 울산에서 올라왔다. 추석을 맞이하여 3명이 오순도순 토요일에 내려갔었고, 나는 회사 일이 바빠서 수요일에 혼자 다시 돌아왔으니, 무려 나흘이 넘어서 와이프와 심은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차를 몰고 지하철역에 가서는 주차장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있다가, 저 멀리서 심은이와 와이프가 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달려 나갔는데, 심은이가 멀리서부터 나한테 팔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평소 이런 애가 아닌데, 아빠한테 먼저 안겨 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물론 나도 안 본 지가 한참 된 것 같아서 심은이가 보고 싶었고, 막상 보니 참 이쁘긴 했었는데, 심은이가 안겨 오니 더 좋았었다. 저녁 겸 쇼핑을 위해 차를 몰고는 마트에 갔는데, 심은이가 참 나한테도 잘 안겨있고, 평소에는 그렇게 거부하던, 뽀뽀까지 잘해주니 꿈만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출근할 때 안방을 들여다보니 살짝 잠이 깼길래 심은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안아줘더니, 포근하게 나에게 안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왔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동안은 심은이가 나를 좀 싫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는데, 오늘부로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끈끈하게 피로 맺어진 것이지만, 반드시 좋으라는 법은 없으며,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심은이가 어리고, 애들은 보통 아빠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나는 당연히 아빠니깐,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안 좋아한다면,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잘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심은이에게 그저 심은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핑계로 잘 못해준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도 하나씩 하나씩 고쳐 나가야겠다. 사소한 것들을 고쳐나가고 작은 것들을 주고받게 되면, 결국에 관계는 개선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불평만 했던 나 자신이 너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러한 작은 주고받음에 기뻐하고 생각을 고쳐 먹는 걸 보니 너무 단순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