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 꽤 된 책이지만, 뒤늦게 영화가 완성되어 다시 한번 유명해진 책이다. 제목 그대로 파이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서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실화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실감 나는 보트 위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 덕분인 것 같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바다 위의 생활이 나와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 같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 파이와 호랑이 옆에서 숨죽여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큰 줄거리가 호랑이와의 작은 구명보트 안에서의 생존기인데, 호랑이와 어떻게 지낼 것인지, 어떻게 목숨을 유지할 것인지를 궁금해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인 것 같다.
중간쯤에 비몽사몽 상태와 잠시 장님이 된 상태에서 나오는 프랑스인 요리사 이야기는 믿고 싶지도 않았고, 갑자기 개연성이 확 떨어져서 파이의 백일몽이겠거니 했는데, 이야기의 또 중요한 한줄기였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한 가지 일화로 소개된 구명보트에서 둘이 남았고 인육을 먹으면서 살아남게 된 한 명의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 이 프랑스 요리사 이야기이다. 중간쯤에 나온 이 이야기는 마지막 보험조사원들과의 대화를 읽으면서 더욱더 아리송하게 되는데, 파이가 이야기하듯이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하는데, 나도 조사원에 해줬던 나중의 이야기가 더 실감 나지만, 호랑이와 동고동락했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처럼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서술된 이야기라고 철석같이 믿은 작가의 노련한 서술방식에 걸려든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이 ‘파이 이야기 실화’라는 검색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검색하다 보니 작가와의 대화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대화를 통해 유추하건대, 실화는 아닌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상상하던 장면을 어떻게 화면을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영화를 꼭 봐야 할 것 같다.
– 작자와의 대화 발췌문
Q. I am going to be teaching your novel to my 10th-grade students. I have two questions. Is this based on a true story? What message would you like sent out to kids who read this book? I truly enjoyed it. — Janine
A. Dear Janine, Good art is always true. There are truths that go beyond factual truth, that build upon it. Religion does that, as does art. They don’t contradict facts; they simply go beyond them, further than them. I hope kids enjoy my book and learn from it. I hope they close the book and know a little more about animals, about zoos, about the religions of the world, about the importance of knowledge, hard work and fa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