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인데, 대부분의 내용들이 내가 아는 내용들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들이나 왜 그런 결정들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알 수 있었지만, 스티브 잡스의 삶 자체가 내게 이렇게 친숙하고, 내가 스티브 잡스의 삶을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책을 읽으면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스티브 잡스의 삶을 복습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부류의 전기는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은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사업가의 삶을 이렇게 반추하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든다.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몰라봤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순하게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잘 만난 조금 더 창조적인 사업가인 것 같다.
 개인용 PC, MP3, 스마트폰이 유행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잘 만났고, 미국, 실리콘 밸리라는 IT의 메카라는 공간의 이점, 거기다 주변의 사람들,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을 가져다주어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을 잘 조합하고, 창조적인 알파를 덧 붙여서 더욱 대단한 물건들을 만들어 내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애플이 어떻게 될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저자나 다른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 유산이 애플에 남아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잡스가 일구었던 창의적 유산은 애플에 남아 있더라도, 그러한 유산들을 끌어 모아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스티브 잡스만큼 영감과 독선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

에버랜드 나들이

뒤늦게 올리는 에버랜드 나들이 사진들, 여름이 물러가는 9월 초에 다녀왔는데,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제야 올린다.
에버랜드로 출발하기 전에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심은이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출발을 결심했다.
어디든지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는 좋은 것 같다.

에버랜드 도착해서 기념품샵에서 천사놀이

Everland_110904_06.jpg

뽀로로 삼매경

Everland_110904_09.jpg

신기한 동물은 관심이 없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에만 관심을 가지는 심은이

Everland_110904_10.jpg

양 퀴즈 맞춰서 받은 홍당무 바구니, 무서워서 주지는 못하고, 자기가 먹어버리는 심은이..ㅎ

Everland_110904_12.jpg

역시나 아빠랑은 안 친하다.^^

작은 주고 받음

어제 와이프와 심은이가 KTX를 타고 울산에서 올라왔다. 추석을 맞이하여 3명이 오순도순 토요일에 내려갔었고, 나는 회사 일이 바빠서 수요일에 혼자 다시 돌아왔으니, 무려 나흘이 넘어서 와이프와 심은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차를 몰고 지하철역에 가서는 주차장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있다가, 저 멀리서 심은이와 와이프가 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달려 나갔는데, 심은이가 멀리서부터 나한테 팔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평소 이런 애가 아닌데, 아빠한테 먼저 안겨 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물론 나도 안 본 지가 한참 된 것 같아서 심은이가 보고 싶었고, 막상 보니 참 이쁘긴 했었는데, 심은이가 안겨 오니 더 좋았었다. 저녁 겸 쇼핑을 위해 차를 몰고는 마트에 갔는데, 심은이가 참 나한테도 잘 안겨있고, 평소에는 그렇게 거부하던, 뽀뽀까지 잘해주니 꿈만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출근할 때 안방을 들여다보니 살짝 잠이 깼길래 심은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안아줘더니, 포근하게 나에게 안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왔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동안은 심은이가 나를 좀 싫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는데, 오늘부로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끈끈하게 피로 맺어진 것이지만, 반드시 좋으라는 법은 없으며,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심은이가 어리고, 애들은 보통 아빠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나는 당연히 아빠니깐,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안 좋아한다면,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 잘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심은이에게 그저 심은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핑계로 잘 못해준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도 하나씩 하나씩 고쳐 나가야겠다. 사소한 것들을 고쳐나가고 작은 것들을 주고받게 되면, 결국에 관계는 개선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불평만 했던 나 자신이 너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러한 작은 주고받음에 기뻐하고 생각을 고쳐 먹는 걸 보니 너무 단순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