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요즘엔 책들을 대부분 무작위로 접하게 되는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게 되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정말 다양하고, 그 내용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것과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도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도 그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멋진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2003년에 발간된 책으로, 과학서로는 다소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접한 것이 늦었을 뿐이지, 한동안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이었다. 물론 10년 사이에도 과학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겠지만, 이 책에는 그 10년간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신비롭고 경이로운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 중에는 아주 재미없을 수도 있는 것들을 아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마술 같은 능력을 갖춘 작가들이 있는데, 빌 브라이슨 또한 그러한 능력을 갖춘 작가인 것 같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멋진 책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과학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알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구의 크기를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과정이나, 결국에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 알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천재들의 비범함 등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각각의 내용을 아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기술은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자 깊은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장점이 더 큰 아주 바람직한 방식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했던 생각이, 학창 시절에 이러한 배경지식을 조금 더 알려주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과학이라는 학문을 단순히 시험을 위한 학문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학문으로 다가설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었다.

 최근에 NHK의 리만 가설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상당히 흥미롭게 봤었는데(이 다큐멘터리도 꼭 권하고 싶다), 거기에서도 만물의 법칙이 될 가능성이 있는 ‘리만 가설’과 ‘초끈이론’의 관계에 대해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비교적 근래인 초끈 이론까지 소개할 정도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초끈이론은 TED의 Brian Green이 아주 쉽게-물론 듣고 나서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 설명해준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어떠한 법칙을 알아냈을 때 과학자가 느꼈을 희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그리고 그러한 법칙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또는 우리 몸의 내부)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감동임을 알게 해 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누가 스티브잡스를 이길 것인가

누가 스티브잡스를 이길 것인가

시대의 아이콘인 잡스를 엮어서 제목으로 만든 바이오산업 관련된 책.
 초반에는 낚시성 제목에 살짝 기분이 나빴는데, 다 읽고 나니, 바이오와 IT는 참 비슷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딱히 문제의 소지는 없는 것 같다.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혹시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물론 바이오산업의 생태계에 관련된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다.
 바이오산업계의 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바이오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작가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현재 바이오산업이 발전하는 방향이나 전망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종사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바이오산업을 무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든지, 김용철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것(이런 책에서 삼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신약 개발사들을 많이 옹호하는 자세 같은 것들은 다소 나의 의견과는 맞지 않아서 불편했다.
 주주의 입장에서 30~40%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은 멋진 기업이겠지만, 소비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그런 기업은 멋진 기업은 아닐 것 같다.
 영업이익이 30% 넘게 나오는 애플도 다소 고객의 주머니를 많이 털어먹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애플 주식 한 주도 없으면서 애플 영업이익에 열광하는 팬보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럴까?), 산업의 특성상 바이오산업계에서도 그런 안 멋진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바이오산업계에도 스티브 잡스를 이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없어도 그만인데… 의약품은 그게 안 되니…

웃음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소설, 웃음

 유머의 기원과 유머의 전승, 그리고 유머를 둘러싼 암투를 흥미진진하지만 진부한 스토리로 그려낸 책
 전작인 ‘뇌’의 내용이 읽은지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웃음’ 또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뭔가 비슷한 느낌의 전개인 듯하고…(주인공도 동일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소재인 기사단, 성배 등의 설정은 인디애나 존스 등의 어드벤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진부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노란 테니스 공’ 이야기가 작가 후기에 나오는데, 이 소설은 ‘노란 테니스 공’을 만드는데 다소 실패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읽는 내내 BQT의 존재에 대해 의문이 있었고, 전혀 궁금함이 들지 않았었다. 물론 BQT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마지막에 등장하긴 했지만..
 그리고 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인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거의 한 챕터마다 나오는데, 실제로 나에게 미소를 준 유머가 없었다.(마지막의 생쥐 유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이라서? 허무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를 12년 동안 썼다고 하는데, 후속작들은 그 만큼의 공이 들이 않아서 그런지, 여태까지 개미만큼의 재미는 주지 못했었는데, ‘웃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면 괜찮을 만한 소재의 재미를 주는 소설임은 틀림없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만난 장하준교수가 밝히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 이야기 해주지 않는 사실/비밀에 대한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이 예전에 국방부 금서가 되면서 유명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전에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베스트셀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후 내가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국방부(기득권층)에 고마움을 표시해야할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들어볼 만한 견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의 입장(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진 것이 좋았으며, 경제학자가 자기의 견해를 바탕으로 기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금서로 지정할 수 있는 그들의 뻔뻔함에 놀랐었다.
 점점 세상이라는 곳에 눈을 떠가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원칙들도 알 수 있지만, 그러한 원칙들 중에는 뭔가 불합리한 것들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의 원인을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논의의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하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좀 더 좋은 방식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은 더 낫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하준교수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문제를 직시해야지 돌아가는 원리를 알 수 있으며, 그러한 원리를 모르면 우리의 권익조차 챙길 수 없다.
 경제학이라곤 중/고등학교에 배운 것이 전부인 나에게 장하준교수가 이야기하는 이러한 견해들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들어보면 들어볼 수록 고개들 끄덕이게 된다. 장하준교수는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상당 부분 틀렸으며, ‘규제’, ‘계획’, ‘균등’ 등 의 개념이 포함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금융위기’가 왜 생겼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고, ‘모기지’, ‘MBS’, ‘CDO’, ‘CDS’이라는 금융권의 탐욕 때문에 발생했다는 개념을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한 금융권의 탐욕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금융권을 바라만 보고 있는 개인들, 그러한 금융권을 규제할 제대로된 장치를 만들지 못한 정부까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경제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돈이 가진 힘이 무섭고, 그러한 돈들이 더 많은 돈을 만들기 위해서 여기저기 유연하게 때로는 무지막지하게 움직이는 것들을 보게 되는데, ‘자본주의’가 보여준 장점과 ‘금융’이 보여준 촉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돈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 ‘계획’, ‘균등’의 양념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는 마지막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에서 호기심을 느껴서 읽게 된 책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장황하게 말로만 떠들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하는 구성을 선호하는데 딱 그런 스타일의 책이다.
 저자는 조직에 존재하는 만성적인 무력감, 포기, 체념의 개념을 체득한 사람들을 화난 원숭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모원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얼핏 보기엔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잡히겠지만, 화난 원숭이를 소개하는 섹션과 이모원숭이를 소개하는 섹션을 보고는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직 생활을 해본,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지만, 조직의 벽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아마 안될 거야.’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자신과 조직의 모습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조직원 구성원 사이에서도 이타적인 생각보다는 나만의 일, 나를 돋보일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SNS나 TED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조직 외에서는 참 이타적인 것 같다. 나 자신도 회사 일의 경우,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이게 나의 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지만, 외부의 일에 대해서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려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패널 활동이 있는데, 경제적으로나 여러 가지를 따지면, 정말 비효율적이고, 쓸데없는 일-물론 내 기준에서만 본다면-인 것 같지만, 이득보다는 뭔가 좀 더 제대로 된 제품을 보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조직의 울타리를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사람들은 이타적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내부에서 보면 문제점은 많이 보이지만, 해결해야 될 부담스러운 문제점으로 보이지만, 외부에서 보게 된다면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이타적이고, 창의적인 일련의 활동들을 어떻게 퍼실리테이션할 수 있을까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이런 퍼실리테이션의 실제 사례를 보여주면서, 모든 창의성, 가능성은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들을 연결하고 있는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반드시 창의성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에게만, 애플 같은 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