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

몽골제국의 숨겨진 비사를 기술한 흥미로운 책이다. 나는 이런 책들이 왜 잭 웨더포드라는 몽골인이 아닌 외국인 교수가 쓰게 된 건지도 신기했지만, 몽골제국의 숨겨진 비사에는 여성들의 큰 역할이 있었다는 의견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처음 징기스칸의 이야기나 몽골제국을 통치하는 방식에 대한 내용은 흥미가 조금 떨어졌었는데, 징기스칸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만두하이 왕비의 이야기는 새로울 뿐만 아니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칭기스칸은 몽골제국을 건설하고, 몽골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결혼 동맹을 통해 딸들에게 제국의 경영을 맡겼다. 하지만, 칭기스칸 사후에 그러한 통치가 깨지게 되었고, 사분오열하게 되었다. 이후 등장한 여성이 만두하이 왕비인데, 만두하이 왕비는 칸의 황손(바투 뭉케)을 찾아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면서 성인이 될때가지 섭정을 하면서 몽골제국을 추슬렀으며, 다얀 칸이 성장 후에서 다얀 칸과 결혼하여 몽골 초원을 지배하고 일곱 명의 아들을 낳아서 몽골제국의 부흥을 이루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몽고인들에겐 징기스칸 정도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물인 것 같다.

그동안의 주입식 교육 때문에, 중국/한국을 위주로 연대를 가늠하다 보니, 만두하이의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궁금했는데,
한국은 조선 초기, 중국은 명나라였다.

P.S. 책의 제목도 그렇고 전체적인 맥락은 몽골제국에 있어 여성들의 활약이 컸다는 점인데, 책은 제대로 읽지 않아서인지, 크게 활약한 것은 느끼지 못하겠다.

파이 이야기

나온 지 꽤 된 책이지만, 뒤늦게 영화가 완성되어 다시 한번 유명해진 책이다. 제목 그대로 파이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서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실화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실감 나는 보트 위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 덕분인 것 같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바다 위의 생활이 나와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 같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 파이와 호랑이 옆에서 숨죽여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큰 줄거리가 호랑이와의 작은 구명보트 안에서의 생존기인데, 호랑이와 어떻게 지낼 것인지, 어떻게 목숨을 유지할 것인지를 궁금해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인 것 같다.
 중간쯤에 비몽사몽 상태와 잠시 장님이 된 상태에서 나오는 프랑스인 요리사 이야기는 믿고 싶지도 않았고, 갑자기 개연성이 확 떨어져서 파이의 백일몽이겠거니 했는데, 이야기의 또 중요한 한줄기였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한 가지 일화로 소개된 구명보트에서 둘이 남았고 인육을 먹으면서 살아남게 된 한 명의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 이 프랑스 요리사 이야기이다. 중간쯤에 나온 이 이야기는 마지막 보험조사원들과의 대화를 읽으면서 더욱더 아리송하게 되는데, 파이가 이야기하듯이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하는데, 나도 조사원에 해줬던 나중의 이야기가 더 실감 나지만, 호랑이와 동고동락했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처럼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서술된 이야기라고 철석같이 믿은 작가의 노련한 서술방식에 걸려든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이 ‘파이 이야기 실화’라는 검색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검색하다 보니 작가와의 대화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대화를 통해 유추하건대, 실화는 아닌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상상하던 장면을 어떻게 화면을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영화를 꼭 봐야 할 것 같다.

– 작자와의 대화 발췌문
Q. I am going to be teaching your novel to my 10th-grade students. I have two questions. Is this based on a true story? What message would you like sent out to kids who read this book? I truly enjoyed it. — Janine
A. Dear Janine, Good art is always true. There are truths that go beyond factual truth, that build upon it. Religion does that, as does art. They don’t contradict facts; they simply go beyond them, further than them. I hope kids enjoy my book and learn from it. I hope they close the book and know a little more about animals, about zoos, about the religions of the world, about the importance of knowledge, hard work and faith.

최초의 것

‘총, 균, 쇠’를 읽고 비슷한 역사책인 것 같아서, 고르게 된 책, ‘총, 균, 쇠’가 근대까지 이야기하는 반명에, ‘최초의 것’은 고대만 이야기한다.

인류 최초의 발명인 직립보행, 도구, 불, 언어 등에 대해 인류의 흔적을 바탕으로 약간의 추론(진실일 수도)을 가미해 흥미롭게 엮어낸 책이다.

불을 이용한 단백질 섭취를 통해 인류의 뇌가 점점 커지면서,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언제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기 위해서 가축을 키우고, 공동으로 요리하기도 하면서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언어가 발달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견해가 있는데, 정말 그럴싸한 이론인 것 같다.(학계에서는 정설일 수도 있다.)

목차에 컴퓨터가 나오길래, 당연히 애니악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의 물건이 나왔던 것도 흥미로웠다.

고고학계에서는 정말 거의 없는 흔적을 가지고, 이런저런 논리를 만들고, 거기에 걸맞은 증거를 찾고 하는 과정들이 지속해서 이루어질 것 같은데, 정말 힘든 일일 것 같긴 한데, 끊어진 연결 고리를 찾았을 때의 희열은 조물주가 만들어 낸 세상의 원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물리학자, 수학자의 희열만큼 대단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