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을 먹고 노래를 들으면서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다 “지금 만나는/결혼한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봤다. 글의 내용 자체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는데, 갑자기 ‘내가 와이프를 처음 봤을 때는 느낌이 어땠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와이프를 처음 만난 건,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인 2003년 9월~10월쯤이었다. 그때는 1학기 때 인턴을 끝내고, 전공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약간 모자라는 교양 학점을 들으면서, 수업도 거의 가지 않으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놀아?’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놀면서 입사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미드를 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는 학교 후배이면서 인턴 후배라며 인턴 하는데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인턴 하면서 마무리 제대로 안 하고 도망쳐 온 것도 있고, 몇 가지 조언도 해줄 겸 또 회사 소식이나 좀 물을 겸,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중앙도서관 앞에서 약속을 잡았다.
자취방에서 학교 내의 중앙도서관까지 한참을 터벅터벅 걸어가서는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찾았는데, 바바리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말을 조언이랍시고 해주었고, 실없는 말도 몇 마디 하고, 20~30분가량의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시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어서, 여자라는 존재를 한참을 멀리하던 시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었던 것 같다. 그때도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경찬이가 짖궂게 어땠냐고 물어봤었는데, 무심결에 “괜찮던데?”라는 대답을 했었던 것도 같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이 그때가 인연이 되어서, 회사에 입사해서 다시 만나고, 같은 부서에 있으면서 친해지고, 어쩌다 보니 연애라는 걸 하게 되고, 또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에 결혼이라는 것 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 처음 봤을 때, 이상했던 느낌이.. 운명을 느꼈던 나의 육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