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난, 못생겼고, 키도 작고, 돈도 없고, 학벌도 없고, 성격도 이상해.”
“응. 알고 있어.”
“그리고 장손에다가, 바람기도 있고, 의처증도 있어.”
“응. 다 알고 있지.”
“음…… 말주변도 없고, 소극적인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하잖아.”
“응. 그런데?”
“그런데라니. 근데 날 왜 좋아해?”
“그건 말이지. 너니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네가 잘생기고, 키도 크고, 돈도 많고, 학벌 좋고, 성격 원만하고, 막내아들에다가 한 여자만 알고, 의심도 안 하는 데다가, 말도 잘하고,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면, 네가 왜 날 만나겠니?”
“음.”
“사랑이란 그런 거야. 완벽한 남자와 완벽한 여자가 만나서 이루어가는 게 아니라, 부족하고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채워주는 거라구.”
“그럼 넌 내가 부족해서 좋은 거구나?”
“그래. 하지만 잘 봐. 그 대신에 너는 발가락이 이쁘고, 목소리가 좋고, 무거운 거 잘 들고, 라면도 잘 끓이고, 글씨도 시원시원하고, 이빨도 고르게 났고, 테니스도 잘 치잖아. 또 말해볼까? 버스 번호도 잘 외우고, 오래 잘 걸어 다니고, 편식 안 하고, 공포영화도 씩씩하게 잘 보고, 절약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잖아. 그리고 또……”
“야, 알았다. 내가 졌다.”
“거봐. 그러니까 인제 그런 거 물어보지 마. 히히.”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