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인데, 대부분의 내용들이 내가 아는 내용들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들이나 왜 그런 결정들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알 수 있었지만, 스티브 잡스의 삶 자체가 내게 이렇게 친숙하고, 내가 스티브 잡스의 삶을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책을 읽으면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스티브 잡스의 삶을 복습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부류의 전기는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은 이후 처음인 것 같은데, 사업가의 삶을 이렇게 반추하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든다.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를 제대로 몰라봤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순하게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잘 만난 조금 더 창조적인 사업가인 것 같다.
개인용 PC, MP3, 스마트폰이 유행할 수밖에 없는 시간을 잘 만났고, 미국, 실리콘 밸리라는 IT의 메카라는 공간의 이점, 거기다 주변의 사람들, 인프라를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을 가져다주어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을 잘 조합하고, 창조적인 알파를 덧 붙여서 더욱 대단한 물건들을 만들어 내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애플이 어떻게 될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저자나 다른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 유산이 애플에 남아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잡스가 일구었던 창의적 유산은 애플에 남아 있더라도, 그러한 유산들을 끌어 모아서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스티브 잡스만큼 영감과 독선을 가진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