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2년 6개월, 그리고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 그 시간 동안 나와 가족은 많은 고민과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 남아야 할 이유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각자에게, 그리고 가족 전체에게 다양하게 존재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남지 말아야 할 이유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할 이유 역시 존재했다.
여러 생각 끝에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 모든 고민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생각을 교환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소중한 기회였다.
미국에 남는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남은 생각은, 앞으로의 남은 시간이나 최종 결정에 조바심 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렇게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동안, 우리 가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내의 좋은 생각들이 내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우리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듯이, 가족의 미래 또한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현재에 충실했을 때 드러날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정답은 없고, 나에게 오는 그 길이 어떤 것이라도 다 나에게 딱 알맞는 길이라 생각해요.
내가 좀 더 선호하는 미래의 모습은 있지만 그것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지금 나에게 오는 그 길이 나에게 딱 맞는 좋은 길이라는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믿음. 그것만 있음 모든 것을 다 좋게 해쳐갈 수 있다고 믿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나눴던 생각들과 서로 티격티격했더라도 서로의 상황과 변화에 맞춰갔던 그 시간이 진짜 우리에게 남는것이니까요. 그게 삶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고맙고 사랑하고 존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