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

Phoenix 출장 때문에 Los Angeles로 가는 항공기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아메리칸 뷰티.
일전에 보았을 때도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준 영화였는데,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명작이다. 일전에 봤을 때도 처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재의 발칙함(딸의 친구에 대한 ~) 때문에, ‘어라~ 이거 무슨 영화지?’ 하면서 보았던 기억도 있고, 햄버거 집에서 일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주인공에 대해 부러움을 느낀 기억도 있다.
‘오늘이 당신에게 남은 날 중의 첫 번째 날이다’라던지, ‘지금 행복하니?’, ‘무슨 뜻인지 좀 어려운가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등의 인생에 대해 여운을 주는 대사들도 잔잔히 생각나고, 죽음에 직면하면 내 삶의 일련의 순간들이 눈 앞에 연속적으로 펼쳐진다는 생각도 마음에 든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게 될 내 인생의 아련한, 소중한, 아쉬운 순간에 대한 기억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존재감과 교감

몬달이 84일째

 심은이가 드디어 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눈맞춤만 해줬었는데, 이제 내가 입을 크게 벌린다던지 혀를 내민다던지 하는 얼굴 표정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눈웃음을 살짝 보내 주고, 좀 더 기분이 좋으면 활짝 웃어주면서 ‘헤헤헤’ 하는 소리까지 낸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드디어 내가 밥 주고, 재워 주는 사람 이상이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심은이 보기’를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위한 심은이의 고난도 당근인 것도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심은이가 웃어주면 나 혼자 바라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지면서, 이것이 교감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심은이를 웃게 하고 싶고, 또 그런 나를 보면서 기분 좋게 웃어 주고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교감이라는 것을 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 심은이의 몸이 점점 커가면서, 심은이만의 생각도 더 커갈 것이고, 우리가 교감하는 영역이 줄어들게 되겠지만, 지금의 교감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심은아, 딱 시집가기 전 까지만 적더라도 교감의 끈을 놓지 말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