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조명을 받고 싶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역할도 있지요. 프로팀이 생기면 직업 매니저를 해보고 싶어요”
경북대 미식축구부 오렌지 파이터스팀의 매니저 팀장 권보아(22·응용생명과학부 3)씨는 “선수에게도 빛이 나거나 그렇지 않은 역할이 있듯이 선수 코치 매니저의 세바퀴로 굴러가는 팀 속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데서 기쁨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미식축구부 매니저들은 스포츠에서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미식축구 자체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다. 프로팀은 커녕 실업팀 하나 없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동호인팀에서 활동하는 정말 순수한 아마추어다. 매니저들은 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원하는 보조자다. 훈련 및 경기 비디오 촬영, 워밍업과 스트레칭 기록 측정 및 작전 짜기 등 트레이너 역할, 경기 전 테이핑, 훈련 스케줄 짜기와 차량·물품 조달 등 직접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몫을 빼고는 모든 궂은 일을 떠맡아 한다.
배수연(22·응용화학과 3)씨는 “미식축구는 공격 기회(다운)마다 공격이든 수비든 작전과 분석이 중요한 데 선수들 만으로는 해내기가 어렵다”며 “경기 중 작전과 경기 후 분석에도 매니저들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헌신’ 덕분인지기 1983년 창단된 경북대팀은 1998년에는 전국우승, 지난해엔 전국 4강에 이어 대구 경북 춘·추계리그를 제패했다. 미식축구가 좋고 팀이 좋아 궂은 일을 도맡아 하긴 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8명의 매니저가 모두 경기를 뛸 수 없는 여성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자체분석이다.
지난해 매니저가 된 이명은(19·자연자율전공 1)씨는 “처음엔 미식축구가 좋아 선수를 해보고 싶은 생각에 들어왔는데 아직 여자팀이 없어 매니저가 됐다”며 “지금도 여자팀이 있다면 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생 우수인(19·응용화학과 1)씨는 “주변인이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고, 누구의 뒷바라지를 받으면서 뛰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이들도 많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남학생들 보러 가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팀은 가족 같아서 선수와 매니저가 맺어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고 한다. 함께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장에서 작전을 짜고 움직이다 보면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선수와 다름없는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 이들이 별난 동아리에 머무르는 이유다.
미식축구는 대학팀이 전국에 40여개, 대구·경북에만 9개가 있으며, 스폰서를 받는 사회동호인팀도 생기는 등 세미프로 전 단계 정도에는 와 있다고 이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