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과 교감

몬달이 84일째

 심은이가 드디어 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눈맞춤만 해줬었는데, 이제 내가 입을 크게 벌린다던지 혀를 내민다던지 하는 얼굴 표정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눈웃음을 살짝 보내 주고, 좀 더 기분이 좋으면 활짝 웃어주면서 ‘헤헤헤’ 하는 소리까지 낸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드디어 내가 밥 주고, 재워 주는 사람 이상이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심은이 보기’를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위한 심은이의 고난도 당근인 것도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심은이가 웃어주면 나 혼자 바라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지면서, 이것이 교감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심은이를 웃게 하고 싶고, 또 그런 나를 보면서 기분 좋게 웃어 주고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교감이라는 것을 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 심은이의 몸이 점점 커가면서, 심은이만의 생각도 더 커갈 것이고, 우리가 교감하는 영역이 줄어들게 되겠지만, 지금의 교감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심은아, 딱 시집가기 전 까지만 적더라도 교감의 끈을 놓지 말자꾸나.

백미(白眉)

백미(白眉)

 유비(劉備)는 적벽대전 후 형주(荊州), 양양(襄襄), 남군(南郡)을 얻고 군신 (群臣)을 모아서 앞으로의 계책을 물었다.
이때 유비를 두 번이나 구하여 준 이적(伊籍)이, ˝새로 얻은 땅들을 오래 지키려면, 먼저 이쁜 아이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유비가 이적(伊籍)에게 물었다.
˝이쁜 아이가 누구요?˝
˝울산 땅에 이쁜 아이들이 많은데, 가장 이쁜 아이는 양눈썹에 흰 털이 난 아이로 이름은 심은(深誾)이라고 합니다.
또 마을에서도 울산의 아이들이 모두 뛰어나지만 그중에서도 백미(白眉)가 있는 심은(深誾)이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공(公)께서는 어찌 청하여 오지 않으십니까?˝
유비는 즉시 심은(深誾)을 청하여 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