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와 마주하게 되고, 이러한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맥루한은 활자 미디어에서 전자 미디어(TV, 라디오)가 출현하면서, 문자의 독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깨달음을 얻는 창의적인 과정이 집합적이고 협동적인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인터넷의 경우에도 정보가 확장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장단점에 대한 논쟁이 계속 있어왔다. 이러한 장단점에 대한 논쟁보다 중요한 부분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신경 체계 그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문서의 경우 일관된 방향으로 전체 페이지를 읽게 되지만, 인터넷의 정보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서,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을 수 있다. 즉, 필요와 선택에 의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활자 미디어가 선형적, 문학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데 비해서, 인터넷은 신속하고 축약된 사고를 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면 뇌의 기능하는 방식이 바뀌고, 이전의 뇌를 잃어버리게 된다. 뇌는 유년기에 형성 되고, 이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뇌는 우리가 사고하는 대로 바뀐다’ 라고 주장을 한다. 즉 뇌는 유연하게 변하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가소성이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즉 나쁜 습관은 더 빨리 파고들고, 고치기도 힘들다.

새로운 사고의 도구는 지적 성숙 과정을 만드는데, 지도를 통해 인간의 공간적인 사고가 확장된 부분이나, 시계를 통해 시간적인 사고가 확장된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도와 시계는 자연현상을 묘사하는 새로운 은유를 제시하면서 간접적으로 언어를 바꾸었다. 하지만 언어는 고차원적인 사고의 틀이기 때문에 우리의 지적 생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구어의 문화에서 사고는 인간 기억력의 지배를 받게 되고 직관적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문자의 문화에서는 기억의 속박에서 지식을 자유롭게 하고 사고를 생각과 표현의 새로운 개척자로 이끌었다. 필사본을 통해 사람들은 깊이 사고할 수 있게 되었고, 활자를 통한 책의 확산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증가하고 있고, 인쇄물을 읽는 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화려한 콘텐츠쌍방향성, 하이퍼링크, 멀티미디어를 통해 집중을 방해하는데 탁월하다. 결과론적으로 활자를 통해 대중에게 확산되었던 깊이 읽기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읽고 쓰는 방식을 바꾸면서 다시 소수의 엘리트들에게만 남아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사용은 많은 모순을 수반한다. 인터넷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긴 하지만, 인터넷이 전달하는 많은 메시지와 자극에 의해 뇌가 혹사 당하게 되면서 결국 산만해진다.

하이퍼텍스트는 전통적인 선형적인 형태와 비교했을 때 인간에게 인지적 과부하를 준다. 멀티미디어는 정보 획득을 증진시키기보다는 제약을 한다. 멀티태스킹은 사고에 훼방을 놓고, 중요한 정보를 간과하거나 잘못 이해할 가능성을 높인다.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은 문서를 훑는 방식으로 읽게 만들고 뇌는 정보의 통합에 있어 피상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웹 검색은 사람들을 독창적인 사고로 도전하는 것 보다는 관습적인 생각과 해결책에 의존하게 만든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구글이 “측정의 과학으로 세워졌다고 말했듯이, 구글은 데이터 위주로, 모든 것을 정량화 하려고 노력한다. 즉 구글의 지적 윤리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소비자가 자주 클릭하면서 산만해질수록 경제적인 이익을 얻게 되는 기업이다. 결국 구글의 영역이 팽창할 때마다 우리의 지적 생활은 더욱 제약되게 된다.

인간의 장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무한하고, 기억을 계속 저장해 나가면서 우리의 사고는 더욱 예리해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검색은 이러한 기억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고, 결과적으로 사고를 무디게 만듦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망각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기억을 인터넷이나 컴퓨터로 아웃소싱하면 문화는 시들어가게 된다.

인간과 도구의 혼합은 우리의 별개의 종으로 만들어주는 특성이다. 모든 도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한계도 가져다 준다.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는 그 형태와 기능을 따르게 된다. 특히 새로운 기술에 의해 얻은 것이 열광할 것이 아니라, 읽은 것에 대해서도 민감해져야 한다.

REFERENCES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rans. 최지향.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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