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thegoddelusion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도서관에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빌렸다. 예전에 제목만 보고 ‘나름 상상력이 뛰어난데~’라는 실없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최근에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새 책을 내면서, 다시 주목받기에, 별생각 없이 일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고르기 전에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잠시 검색을 해봤는데, 이름도 다윈과 비슷하지만(나만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가?^^) 별명이 ‘다윈의 로트바일러’라고 한다. 로트바일러라면 진돗개 같이 견종의 일종인데, 즉 다윈의 개새끼쯤으로 해석되는데,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학자이며, 무신론을 주장하는 학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이 어찌 되었든 간에 자기가 속한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유와 통찰은 더 대단한 것 같다. 냉소주의나 비관주의라는 게 논리적인 함정들로 말미암아서 많이 퇴색되고,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선’, ‘밝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낙관주의 등에 많이 묻히게 되는데, 그러한 논리적인 허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대단한 책이다. 너무 치밀하고 뚜렷한 논리 전개가 오히려 약점으로 보이는 듯 하다.(왜?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완벽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은 유일신에 심취한 생각이 없는 단순 무식함에 의해서는 비난받을 수 있는 주장이나, 논리와 합리로는 절대 깰 수 없는 주장인 것 같다.
 나도 나름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무관심에 근거한 무신론자에 속한다고 본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과 종교에 대해 많은 사유를 거쳐 얻게 된 무신론자인 것 같다.
 처음에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고, 초반의 내용은 조금 지루했으나,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종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여러 논리 전개에서는 미소를 짓게 한다. 나도 나름 냉소주의에 가까워서 이런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문장 문장이 한 구절구절마다 너무 논리적으로 위트가 넘치며 재미있다.
 그중 아브라함이 신의 요구에 의해 아들을 희생시키려고 하다가 신의 변덕으로 아들이 살게 되는 성경의 대목(창세기 22: 1-19)이 나오는데, 완전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그러한 행위는 현대적인 도덕주의자들 견해로 봤을 때 그 아들에게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을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성경의 오류는 책 곳곳에서 자주 이야기된다.
 여러 가지 재미있고 번뜩이는 논증들이 있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유일신이 절대 선은 아니며, 오히려 종교에 의해서 세상은 더 안 좋은 방향(전쟁, 혼란)으로 흘러가고 있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많이 선하며, 종교를 믿지 않아서 악해지거나, 종교를 믿어서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종교의 큰 역할 중 하나인 위로나 영감은 사유와 과학을 통해 대체할 수 있으며, 종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주장의 논리도 깔끔하지만, 종교의 대안을 제시해주는 그의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 주중에 나쁜 짓을 하고 주말에 교회에 가서 잘못을 비는 것보다, 바르게 사는 것이 낫고, 주말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며 종교인들과 관계를 만들면서 위로나 영감을 받는 것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거나 사유, 과학을 통해서 얻는 것이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훨씬 나으며, 오늘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적 즐거움만 봐도 알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렇게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절대 경외의 존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도 yes24 독자 서평에 보면 ‘신은 도킨스까지도 사랑하신다’라는 독자 서평이 있다. 너무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 신은 이렇게 자신을 부정하는 리처드 도킨스도 사랑하시는데, 자신 때문에 발생하는 종교 분쟁에 의해서 아픔을 격게 되는 사람들은 돌보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러한 분쟁들을 독려하고 있으며, 그런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지옥으로 처넣으려고 만반의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