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별로 볼 생각이 없었고,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보게 된 영화라서,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소개를 할 때,
‘음.. 저런 영화도 있었군’하고 아무 생각 없이 봐버려서 스포일러를 가득 안고서 본 영화이다.
어릴 적에 많이 읽었던 SF소설 중에 ‘괴기식물 트리피트’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그 소설에서도 밤에 혜성을 본 사람들이 전부 눈이 멀어버린다는 비슷한 도입부를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 소설을 읽을 때는 전부 다 눈이 멀었는데, 나 혼자만 눈이 멀쩡하다면, 외롭지만 정말 재미있는(?) 서바이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공상을 하곤 했었다.
이 영화는 그런 재미있는 공상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추악한 사회적인 본성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어 영화 보는 내내 나 자신의 추악함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듯하여, 기분이 상당히 께름칙했다.
영화 자체로는 소설을 기반으로 하여 스토리도 탄탄하고, 몰입도도 높은 것이 괜찮은 것 같지만 소설을 읽은 사람들 말로는 소설보다는 못하다고 하는데, 나중에 시간이 날 때 ‘괴기식물 트리피트’와 함께 일독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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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시네마 브런치로 보게 된 미인도
공짜로 보고, 간식까지 받아서(팝콘+콜라+핫도그+머핀+17차~ 우와~^^) 그런지,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상당히 괜찮은 영화로 느껴졌다.
영화 자체가 조금 야하긴 한데, 내용상 필요한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되고,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어느 정도의 납득이 가는 스토리 전개도 괜찮았으며, 주인공들의 연기 또한 영화를 감상하는데 거북하지 않은 정도로,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판단된다.(추자연의 연기는 조금…)
영화가 별로라는 평을 몇 개 봤는데, 영화를 영화가 아닌 야동으로 봐서 그런 듯..ㅎㅎ
마찬가지로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던 왕의 남자보다 나은 듯하다. 남자-남자보다는 여자-남자가 낫지.. 암..
맘마미아!
유명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맘마미아, 맘마미아 뮤지컬은 ABBA의 대중적인 곡들을 엮어서 상당히 흥겹고 이상하게 스토리 라인과 잘 맞아서 인기가 많은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도 번안이 되어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영국에 배낭여행 갔을 때에도 웨스트엔드에서 “맘마미아”와 “We Will Rock You”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그나마 젊은(?) Queen을 선택했었다.(“We Will Rock You”는 내 생애 최고의 뮤지컬이다.^^) 두 뮤지컬 모두 대중적인 곡들로 극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뮤지컬을 실제로 보지는 못해서 쉽게 단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뮤지컬만큼의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세련된 악녀(?)로 나왔던 메릴 스트립의 후줄근하고 다소 없어보이는 모습은 나름 쇼킹했고, 007 피어스 브로스넌의 다소 굵직하고 성량 있는 목소리도 의외였다. 영화이기 때문에 라이브의 강점을 살릴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바다의 시원함, 아름다운 섬 등은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한 맘마이아인 것 같다.
베스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절벽 위에서 “The Winner Takes It All”을 열창하던 도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보자고 했다가 본전 못 건진 “스타워즈 클론전쟁”이 더 끌린다..ㅎㅎ
WALL-E
역시 픽사~
영화 보고 나서 한참 월~이~, 이바~ 하고 놀았다.ㅎㅎ 이런 만화의 장점은 내용이 참 교훈적이라는 것, 애들이 보기에도 좋고 어른들에게도 참 좋은 영화인 것 같다. 가족이 고르던, 연인이 고르던 무난한 선택이 될 수 박에 없는 영화, 보고 나면 살짝 미소 지어지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머리엔 뭐가 있을지 참 궁금하다.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너무 부럽다. 인간을 동경하는 로봇이 아닌 인간 문화를 동경하는 로봇 월E, 찌부러지는 기능이 있는 바퀴벌레 로봇, 소화기를 이용한 우주 유영, 지구를 쓰레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BnL, 청소 잘하는 실제적인 영웅인 로봇 모. 하나하나의 아이템이 웃음을 자아내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보고 나서 절대 후회 없는 영화!!
P.S. 영화 보기 전 코카콜라 제로 사 먹으면 영화 쿠폰 당첨 가능한 스크래치 준다고 해서 일부러 사먹었더니 콤보 500원 할인권 당첨, 500원 해줄 거면 차라리 꽝이라고 적지. 미워할 거야!
다크나이트
배트맨이 아닌 조커의, 조커에 의한, 조커를 위한 영화
故 히스 레저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금까지 조커라고 하면 고담 시티에서 나쁜 일을 계획하지만 결국엔 배트맨에게 당하는데 화공약품에 빠져 항상 웃고 다니는 다소 웃긴 악당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에 히스 레저의 연기는 조커라는 악당의 연기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조커의 이미지를 제고시켰다. 히스 레저는 조커라는 악당의 정신 상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놀라운 연기를 통해 조커라는 순전히 미친 악당을 지켜보는 나까지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트랜스포머와 같은 환상적인 CG에 의존하는 히어로물이 아닌 감독의 철학이 녹아있는 히어로물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러한 히어로물을 잘도 재미있게 만들어 냈다는 게 대단하다. 이러한 재미의 정점에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과 소름 끼치는 연기의 조커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름 한 연기하는 크리스찬 베일이나 모건 프리먼, 게리 올드만 등의 존재감이 옅어질 정도이니 할 말 다한 셈이다.
조커, 투 페이스, 배트맨의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의 몰입감도 대단하고,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히어로물다운 CG나 액션도 수준급이다. 특히나 바퀴의 크기만큼 배트 모빌의 포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슈렉의 기록을 제치고 타이타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오랜만에 관람한 멋진 영화이다.
단 한 가지 흠을 찾는다면, 여자 주인공이 이쁘지 않다는 것. 너무 호화 캐스팅을 해서 예산이 모자라서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