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투자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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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피셔의 이전 책인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 책은 조금 신간이어서 최근 시장에 대한 대가의 견해를 알 수 있다는 점과 내가 항상 생각하던 것과 일치하는 견해가 많아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투자의 재구성’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이상한 기법이나, 쓸데없는 내용이 많을 것 같아서, 대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집고 나니 내용이 흥미롭고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서 속으로 맞장구치면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좋아하는 구성이 1, 2, 3~ 이런 순서에 핵심을 끄집어내는 구성인데, 딱 엔지니어 스타일로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더 재미있었다.
 ‘주식은 우상향이며, 장기간 투자하면서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할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다’라는 것이 책의 기본 전제인데, 투자자들이 항상 마음에 새겨둬야 할 말인 것 같다.
 다른 내용들도 대부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저 구석으로 밀려나 버리는 것들인데, 항상 명심하고 투자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나오는 것 중에 되새겨야 할 것들을 따로 정리해 보았다.

Myth 1,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다
채권도 손실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 수익률은 주식이 확실하게 좋다. 시간의 힘을 빌린다면 주식이 채권보다 더 안전하다

Myth 2, 마음이 편해야 좋은 투자다
주식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는 안목이 없는 투자자의 문제이다.

Myth 3, 은퇴자는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늘어난 수명을 감안하면 맞지 않는 말이다.

Myth 8, 한 번의 폭락만 맞아도 끝장이다
급락장은 급등장으로 이어지며, 약세장 급락장에 쓸데없는 감정을 소모하지 말라.

Myth 9, 강세장을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강세장을 알리는 신호는 없으며, V자 반등의 초기를 놓칠 경우, 상당한 수익률을 잃게된다.

Myth 10, 언제나 성장주가 최고다
선도 업종은 언제나 바뀌며, 업종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Myth 11, 능람한 사기에는 당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문사가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탁할 경우 사기로 의심된다.

Myth 12, 손절은 손실을 끊는다
손절이 보장하는 것은 늘어나는 거래비용뿐이다.

Myth 26, 낮은 주가 수익비율은 낮은 리스크를 뜻한다
고소공포증을 가질 필요 없으며,  주가는 주가 수익비율에 상관없이 오르고 내릴 수 있다. 시장을 알려주는 마법의 지표는 없다.

Myth 32, 부를 쌓으려면 집중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5% 규칙을 지켜라.

Myth 44, 해외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해외 주식 투자는 리스크 관리에도 유리하며,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Myth 46, 미국은 국가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
국채 이자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낮으며, 경제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Myth 47, 중국의 엄청난 국채 보유는 위험하다
미국채의 37%는 미정부기관이 들고 있으며, 국내 투자자 및 공공연금공단, 지자체에서 33.7%를 들고 있다. 중국은 7.3%를 들고 있으며,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혹시나 중국이 매도해서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다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것이다.

Myth 48, 무역적자는 심각한 악재이다
경제 성장은 무역적자를 감당할 여비를 제공하지만, 불경기는 정체와 비극만 낳을 뿐이다.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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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네이버 증권의 전문가 칼럼이나, 블로그에서 접한 전병서 씨의 중국에 대한 탁월한 견해를 믿고 읽게된 책이다.

이전의 책(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에서도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이 많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책을 모두 읽고 덮으니,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대학 진학으로 갓 시골에서 상경해서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뜬 초보 지식인이 세상에 대해 불평불만을 내뱉는 대자보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국은 전 세계로 값싼 노동력/제품을 제공하면서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선진국들은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지재권, 금융 같은 걸로, 중국이 열심히 이루어 놓은 것들을 손쉽게 되가져 간다. 그러므로 고가의 제품(명품, 하이테크 제품)을 사용하거나 수입된 영화, 문화 등을 즐기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지재권 등을 무시하는 짝퉁/불법복제물 등을 사용 것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도 열심히 해서 브랜드를 키우고 금융/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고 지재권을 확보해야 한다.
라는 논리인데,

현실에 대한 인식이나 대안 제시는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되지만, 책을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중국이 미국을 극복하고 확고한 G2로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다른 패권에 도전하다 실패한 국가들처럼 될지는 저자도 그렇고 그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에추화라는 사람이 중국의 떠오르는 경제학자라고 하는데, 이러한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 중국에 많이 있고, 또 그러한 경제학자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중국이 미국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저자가 주장하는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1Q84

1Q84




이상한 킬러와 괴상한 작가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상한 종교 단체에 관한 상당히 희한한 이야기

1권을 다 읽고 난 내 기분은 무지하게 아리송~

하루키의 소설은 조금 지겹다 싶으면 중간중간 야한 부분이 나와서 한 권 읽기는 수월한 듯~^^


p.s. 3권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아리송..
설마 3권이 끝은 아니겠지? 뭔가 찝찝한 이 느낌!
그리고 이거 장르를 판타지 소설로 봐야 되나? 지금까지의 하루키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빅 픽처

빅 픽처

 다른 두 가지의 삶을 동시에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현재의 지루한 삶을 벗어나서 항상 꿈꿔왔던 그리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만약 제2의 삶을 살게 된다면 그 삶은 과연 성공적일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던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를 사실감 넘치는 문체로 긴박감 넘치게 만들어낸 재미있는 소설이다.
 초반 변호사 생활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참 지루한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발적인 사건 발생 후부터는 몰입도가 상당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범죄와 연관된 부분이나, 절호의 기회를 잡는 부분에서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구성인 것 같다.
 덕분에 삼일절이 낀 4일간의 긴 연휴를 아주 잘 보낸듯하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thegoddelusion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도서관에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빌렸다. 예전에 제목만 보고 ‘나름 상상력이 뛰어난데~’라는 실없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최근에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새 책을 내면서, 다시 주목받기에, 별생각 없이 일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고르기 전에 이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가 하고 잠시 검색을 해봤는데, 이름도 다윈과 비슷하지만(나만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가?^^) 별명이 ‘다윈의 로트바일러’라고 한다. 로트바일러라면 진돗개 같이 견종의 일종인데, 즉 다윈의 개새끼쯤으로 해석되는데,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학자이며, 무신론을 주장하는 학자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이 어찌 되었든 간에 자기가 속한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유와 통찰은 더 대단한 것 같다. 냉소주의나 비관주의라는 게 논리적인 함정들로 말미암아서 많이 퇴색되고,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선’, ‘밝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낙관주의 등에 많이 묻히게 되는데, 그러한 논리적인 허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대단한 책이다. 너무 치밀하고 뚜렷한 논리 전개가 오히려 약점으로 보이는 듯 하다.(왜?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완벽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은 유일신에 심취한 생각이 없는 단순 무식함에 의해서는 비난받을 수 있는 주장이나, 논리와 합리로는 절대 깰 수 없는 주장인 것 같다.
 나도 나름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무관심에 근거한 무신론자에 속한다고 본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과 종교에 대해 많은 사유를 거쳐 얻게 된 무신론자인 것 같다.
 처음에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고, 초반의 내용은 조금 지루했으나,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종교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여러 논리 전개에서는 미소를 짓게 한다. 나도 나름 냉소주의에 가까워서 이런 데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문장 문장이 한 구절구절마다 너무 논리적으로 위트가 넘치며 재미있다.
 그중 아브라함이 신의 요구에 의해 아들을 희생시키려고 하다가 신의 변덕으로 아들이 살게 되는 성경의 대목(창세기 22: 1-19)이 나오는데, 완전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그러한 행위는 현대적인 도덕주의자들 견해로 봤을 때 그 아들에게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을 만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성경의 오류는 책 곳곳에서 자주 이야기된다.
 여러 가지 재미있고 번뜩이는 논증들이 있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유일신이 절대 선은 아니며, 오히려 종교에 의해서 세상은 더 안 좋은 방향(전쟁, 혼란)으로 흘러가고 있다.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많이 선하며, 종교를 믿지 않아서 악해지거나, 종교를 믿어서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종교의 큰 역할 중 하나인 위로나 영감은 사유와 과학을 통해 대체할 수 있으며, 종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주장의 논리도 깔끔하지만, 종교의 대안을 제시해주는 그의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 주중에 나쁜 짓을 하고 주말에 교회에 가서 잘못을 비는 것보다, 바르게 사는 것이 낫고, 주말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며 종교인들과 관계를 만들면서 위로나 영감을 받는 것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거나 사유, 과학을 통해서 얻는 것이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훨씬 나으며, 오늘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적 즐거움만 봐도 알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렇게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절대 경외의 존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도 yes24 독자 서평에 보면 ‘신은 도킨스까지도 사랑하신다’라는 독자 서평이 있다. 너무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 신은 이렇게 자신을 부정하는 리처드 도킨스도 사랑하시는데, 자신 때문에 발생하는 종교 분쟁에 의해서 아픔을 격게 되는 사람들은 돌보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러한 분쟁들을 독려하고 있으며, 그런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지옥으로 처넣으려고 만반의 준비하고 있다.